잘 가요, 나의 오후 두 시. MBC 라디오 <두시만세> 종영에 붙이는 편지
언제나 영원할 것만 같았던 일상의 한 조각이 사라진다는 소식은 늘 마음을 서글프게 만듭니다. 저에게는 매일 오후 2시, 변함없이 차 안을, 혹은 방 안을 채워주던 MBC 라디오 <두시만세>의 종영 소식이 바로 그렇습니다. 내일이면 정들었던 마이크가 켜지는 것도 마지막이라니,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장 유쾌하게 듣던 애청자로서 밀려오는 아쉬움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직장 생활의 지루함을 깰 때도, 운전대를 잡고 몰려오는 졸음과 사투를 벌일 때도, 제 곁에는 늘 <두시만세>가 있었습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연들은 거창하지 않아서 더 좋았습니다. 우리 이웃들의 소소하고 투박한 이야기, 그 속에서 빵 터지는 웃음과 뭉클한 감동은 고단한 오후를 버티게 해주는 가장 확실한 피로회복제였습니다.
특히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기둥처럼 자리를 지켜준 갈갈이 박준형 님, 그리고 특유의 찰진 입담으로 활력을 불어넣어 준 박영진 님까지. 두 DJ의 환상적인 케미는 나른한 오후 2시를 늘 활기찬 축제처럼 만들어 주었습니다. 사연을 읽으며 자기 일처럼 웃고 울던 그 목소리들이 벌써부터 그리워집니다.
치열한 일상 속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나를 웃겨주던 방송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큰 위로였습니다. 주파수를 맞추기만 하면 어김없이 흘러나오던 시그널 송과 유쾌한 오프닝 멘트는 매일 "오늘 하루도 조금만 더 힘내자"라는 무언의 응원과도 같았습니다.
내일 마지막 방송의 온에어(On-Air) 불빛이 꺼지고 나면, 다음 주부터는 다른 목소리와 다른 음악이 그 자리를 채우게 되겠지요.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라지만, 오랜 친구를 떠나보내는 듯한 이 헛헛한 마음은 당분간 쉽게 채워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매일 오후 두 시를 웃음으로 가득 채워주었던 <두시만세>의 모든 제작진과 DJ 박준형, 박영진 님에게 마음 깊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덕분에 제 10여 년의 오후는 외롭지 않았고, 참 많이 행복했습니다.
방송은 마침표를 찍지만, 라디오를 들으며 웃었던 그 수많은 기억은 제 마음속에 오래도록 '만세'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습니다. 다른 곳에서 또 다른 멋진 모습으로 만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잘 가요, 나의 <두시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