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사색 #9 가장 위험한 투자 착각, 운을 실력이라고 믿었던 순간
투자를 오래 하다 보면 손실보다 더 위험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운을 실력이라고 착각하는 순간입니다.
큰돈을 번 날도 아니었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리던 종목이 크게 오른 날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은 제 투자 인생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날이 되었습니다.
수익이 아니라, 제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수익이 이어질수록 자신감도 함께 커졌다
처음에는 늘 조심스러웠습니다.
매수 버튼을 누르기까지도 여러 번 고민했고, 작은 손실에도 밤잠을 설칠 만큼 신중했습니다.
그런데 몇 번의 성공이 이어지자 마음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우연히 맞아떨어진 투자도 분석의 결과라고 생각했고, 좋은 흐름은 실력이 쌓인 증거라고 믿기 시작했습니다.
어느새 시장을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생겼습니다.
종목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생각했고, 뉴스보다 먼저 움직일 수 있다고 착각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가 가장 위험한 시기였습니다.
시장은 늘 겸손을 가르친다
하지만 시장은 제 기대와 다르게 움직였습니다.
버텨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평균단가를 낮춰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
스스로를 설득할수록 손실은 더 커졌습니다.
그제야 제 자신에게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지난번에는 내가 잘했던 걸까.
아니면,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은 격이었을까.
그 질문 하나가 제 투자 습관을 처음부터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생각해 보면 시장은 언제나 공평했습니다.
좋은 판단에는 보상을 주었고, 잘못된 판단에는 대가를 치르게 했습니다.
문제는 시장이 아니라 저였습니다.
몇 번의 성공이 계속되자 운이 섞여 있었을 가능성을 애써 외면했습니다.
사람은 성공한 이유는 실력이라고 믿고 싶어 하고, 실패한 이유는 외부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손실보다 먼저 버려야 했던 것은 자만심이었습니다.
투자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자기 확신이다
투자는 확률의 게임입니다.
좋은 원칙을 세웠다고 해서 모든 투자가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잘못된 판단이라고 해서 항상 실패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한 번의 성공으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수도 없고, 한 번의 실패만으로 모든 원칙을 부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과정입니다.
왜 샀는지.
왜 기다렸는지.
왜 팔았는지를 꾸준히 돌아보는 사람만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수익보다 투자 일지를 먼저 살펴보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운이었는지, 원칙이었는지를 구분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습관은 수익보다 훨씬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투자자의 독백
시장은 언제든 운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운은 실력이 될 수 없습니다.
실력은 같은 원칙을 오래 지켜낼 때 비로소 만들어집니다.
가장 위험했던 착각은 시장을 잘 안다는 믿음이 아니라, 저 자신을 너무 쉽게 믿어버린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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